개발 도서 정리/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4장 역할, 책임, 협력(1) - 앨리스 예시로 바라본 역할, 책임, 협력

말조랑 2023. 1. 1. 14:09

 

협력

 

요청하고 응답하며 협력하는 사람들

 

협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일을 처리한 후 요청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청에 응답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사람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협력은 다수의 요청과 응답으로 구성되며 전체적으로 협력은 다수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누가 파이를 훔쳤지?

 

훌륭한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력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다양한 특성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앨리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 앨리스가 재판장에 도착했을 때 하트 왕과 여왕은 옥좌에 앉아있었고, 파이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하트 잭이 서 있었다. 그리고 하얀 토끼가 있었다.
  • 판사인 왕은 '첫 번째 목격자를 불러라' 라고 말했다. 하얀 토끼가 첫 번째 목격자를 불렀고, 모자 장수가 입장했다.
  • 왕이 '증언하라' 라고 말했다. 모자 장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 했다.
  • 증언이 끝나고, 왕이 '내려가라' 라고 했을 때 모자 장수는 법정을 빠져나갔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 모여있다.

이번에는 객체지향 패러다임이라는 렌즈를 끼고 재판 장면을 바라보자.

 

재판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은 모두 객체다.

왕과 토끼, 모자 장수 객체들은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즉, 이야기에 등장하는 객체들은 하트 잭의 재판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재판 속의 협력

 

앨리스의 이야기에서 왕이 모자 장수로부터 증언을 듣는 과정을 요청과 응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요청함으로써 재판이 시작된다.
  • 왕이 토끼에게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한다.
  • 왕의 요청을 받은 토끼는 모자 장수에게 증인석으로 입장할 것을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함으로써 토끼의 요청에 응답한다.
  • 모자 장수의 입장은 왕이 토끼에게 요청했던 증인 호출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 이제 왕은 모자 장수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증언함으로써 왕의 요청에 응답한다.

 

왕과 토끼, 모자 장수의 협력관계

 

이제 협력 안의 요청과 응답에 초점을 맞춰 보자.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는 말은 왕이 재판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며, 재판에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왕이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한 이유는 토끼가 목격자에 대해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목격자를 부를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고 요청한 이유는 모자 장수가 재판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며 증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요청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청과 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책임

 

객체지향의 세계에서는 어떤 객체가 어떤 요청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거나, 적절한 행동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 해당 객체가 책임을 가진다고 말한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책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객체와 책임이 제자리를 잡은 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

 

 

책임의 분류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책임을 수행한다.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로 구성된다.

 

크레이그 라만은 이러한 분류 체계에 따라 객체의 책임을 크게 '하는 것'과 '아는 것'의 두 가지 범주로 자세히 분류하고 있다.

 

  • 하는 것 (doing)
    •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 아는 것 (knowing)
    • 개인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

 

  • 왕은 재판 집행이라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먼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도록 요청한 후 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언을 하라고 요청한다. 이 경우 왕은 재판에 참여하는 "다른 객체들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율"하고 있다. 따라 왕은 하는 것과 관련된 책임을 수행한다.
  • 토끼는 목격자가 모자 장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모자 장수가 증인석에 입장하도록 요청한다. 첫 번째 책임은 "관련된 객체에 대해 아는 것"에 해당하고 두 번째 책임은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토끼는 아는 것과 하는 것의 두 가지 종류의 책임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 모자 장수의 경우 스스로 증인석에 입장해야 하는 책임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증언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책임은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의 범주에 해당하고 두 번째 책임은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자 장수 역시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두 가지 종류의 책임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객체지향 설계의 예술은 적절한 객체에게 적절한 책임을 할당하는 데 있다.

명확한 책임이 애플리케이션의 미래를 결정 짓는다.

 

책임은 객체의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 (아는 것의 측면) 와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 (하는 것의 측면) 의 목록이다.

 

따라서 책임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책임과 메세지

 

협력 안에서 객체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이 전송됐을 경우에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한다.

결국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전송한 요청은 그 요청을 수신한 객체의 책임이 수행되게 한다.

이처럼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을 보내는 것메세지 전송이라고 한다.

 

따라서 두 객체 간의 협력은 메세지를 통해 이뤄진다.

메세지를 전송함으로써 협력을 요청하는 객체송신자라고 하고,

메세지를 받아 요청을 처리하는 객체수신자라고 한다.

메세지는 협력을 위해 한 객체가 다른 객체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책임이 협력이라는 문맥 속에서 요청을 수신하는 한 쪽의 객체 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나열하는 것이라면,

메세지협력에 참여하는 두 객체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모자 장수는 '증언하라'라는 책임을 수행한다.

이것은 모자 장수가 증언하라 라는 메세지를 모자 장수가 수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왕은 증언하라 라는 메세지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메세지를 기반으로 왕과 모자 장수 사이의 상호 협력이 가능해진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책임과 메세지의 수준이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책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행위를 상위 수준에서 개략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책임을 결정한 후 실제로 협력을 정제하면서 이를 메세지로 변환할 때는 하나의 책임이 여러 메세지로 분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할

 

책임의 집합이 의미하는 것

 

협력의 관점에서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의 집합을 수행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모자 장수가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증인석에 입장한다'와 '증언한다'라는 책임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왕이 '재판한다'는 책임을 지고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도록 요청한 후 증언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모자 장수는 '증인' 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왕은 '판사'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암시한다.

이렇게 복잡하게 역할로 나누는 이유는 역할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를 낳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앨리스 이야기로 좀 더 살펴보자.

 

 

판사와 증인

 

  • 모자장수는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나갔다.
  • 왕이 다음 증인을 부르라고 토끼에게 말했다.
  • 토끼의 요청으로 다음 증인 요리사가 입장했다.
  • 왕이 증언하라고 말했고 요리사는 싫다고 했다.
  • 그 때 산쥐가 요리사의 증언을 방해했고, 그 사이에 요리사는 사라졌다.
  • 왕이 다음 증인을 부르라고 했다.
  • 그리고 여왕에게 자리를 넘겼다.
  • 토끼는 앨리스를 다음 증인으로 불렀다.

 

위 과정은 모자 장수의 증언 과정과 매우 비슷하지만 차이점과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모자 장수 대신 요리사와 앨리스가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사로서 재판을 주관하던 왕이 여왕에게 자신의 일을 위임했다는 점이다.

 

위 세 개의 재판이 이뤄지는 과정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이 세 개의 협력을 별도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가?

재판 과정이 바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개의 협력 과정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수정해야 할까?

 

 

 

역할이 답이다

 

세 개의 협력은 등장인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이 유사해서 하나의 협력으로 다루고 싶다.

판사와 증인이라는 역할을 사용하면 세 가지 협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렵력으로 추상화할 수 있다.

 

  • 누군가가 판사 에게 재판을 요청함으로써 재판이 시작된다.
  • 판사 는 하얀 토끼에게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한다.
  • 판사 의 요청을 받은 토끼는 증인 에게 증인석으로 입장할 것을 요청한다.
  • 증인 은 증인석에 입장함으로써 토끼의 요청에 응답한다.
  • 증인 의 입장은 연쇄적으로 토끼에 대한 판사 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 이제 판사증인 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다.
  • 증인 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증언함으로써 판사 의 요청에 응답한다.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이다.

협력 안에서 역할은 "이 자리는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라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판사 는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이 대신할 수 있으며,

증인 은 모자 장수, 요리사, 앨리스가 대신할 수 있다.

역할을 이용해 협력을 추상화했기 때문에 판사 나 증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라도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객체라도 판사나 증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이 수신할 수 있는 메세지를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왕이 판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판사가 수신할 수 있는 재판하라라는 메세지를 동일하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자 장수를 증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증인석에 입장하라와 증언하라라는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결국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객체들이 협력 내에서 동일한 책임의 집합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사한 협력을 추상화해서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며 다양한 객체들이 동일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 유연성, 재사용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협력의 추상화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의 협력 안에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을 추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의 추상화는 협력의 개수를 줄이는 동시에 구체적인 객체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함으로써 협력의 양상을 단순화한다.

결과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설계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워진다.

 

구체적인 객체로 추상적인 역할을 대체해서 동일한 구조의 협력을 다양한 문맥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전통적인 패러다임과 구분되는 객체지향만의 힘이다.

이 힘은 역할의 대체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대체 가능성

 

본질적으로 역할은 다른 객체에 의해 대체 가능함을 의미한다.

객체가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협력 안에서 역할이 수행하는 모든 책임을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객체가 역할에 주어진 책임 이외에 다른 책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왕은 재판도 하고 국정도 돌봐야 하며, 모자 장수는 증인 뿐만 아니라 모자를 판매해야 한다.

 

결국 객체는 역할이 암시하는 책임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의 타입과 역할 사이에는 일반화/특수화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할의 대체 가능성은 행위 호환성을 의미하고, 행위 호환성은 동일한 책임의 수행을 의미한다.